현대차가 “급발진 논란에 지쳐서” 아예 브레이크교육 영상을 확 올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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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주장 vs 블랙박스·EDR 데이터의 괴리

시청역 참사 등 최근 대형 돌진 사고에서 일부 운전자들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알아서 가속했다”고 주장했지만, 블랙박스 영상과 차량 이벤트 데이터 레코더(EDR) 분석 결과는 상당수에서 가속 페달이 밟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청역 사고 역시 수사기관과 법원은 “브레이크 대신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은 운전자 과실”로 결론 내렸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모든 책임이 ‘급발진’이라는 단어로 모이는 상황에서, 제동 시스템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 근본부터 설명할 필요성을 느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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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는 밟는 한 작동하도록 설계”

현대차가 공개한 영상의 핵심 메시지는 “엔진이 꺼져 있든, 전기차든 내연기관차든,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제동 시스템은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페달을 밟을 때 발생하는 비교적 작은 힘을, 브레이크 마스터 실린더와 부스터(배력장치)를 통해 증폭해 네 바퀴의 디스크·드럼에 전달한다. 운전자가 느끼는 ‘말랑함’이나 ‘딱딱함’은 배력 효과 차이일 뿐, 유압 회로나 메커니즘이 살아 있는 이상 브레이크 라인은 계속 작동한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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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터 고장 나도 “세게 밟으면 선다”는 이유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여러 번 밟아 보면, 처음엔 부드럽다가 점점 페달이 딱딱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엔진 흡기 진공이 끊어진 뒤, 부스터 내부에 남아 있던 진공이 반복 조작으로 소진되면서 배력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때 페달이 “돌덩이처럼” 느껴져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먹지 않는다”고 오인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힘이 증폭되지 않을 뿐 유압 회로는 여전히 살아 있고, 훨씬 큰 힘으로 밟으면 제동력이 나온다. 현대차가 영상에서 이 부분을 강조한 이유는, 페달 감각 변화가 곧 ‘브레이크 무력화’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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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까지 포함한 현대차의 주장

최근 출시되는 차량에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았을 때, 브레이크 신호를 우선 인식해 엔진 출력을 줄이는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기능이 기본 탑재되어 있다. 즉, 액셀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도 브레이크 페달만 제대로 밟으면, 전자제어 장치가 “제동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출력을 줄이고 바퀴에 제동력을 건다. 현대차가 “내연기관이든 전기차든, 엔진이 꺼져도 브레이크는 밟으면 작동한다”는 설명과 함께 이 기능을 언급한 것은, 정상적인 시스템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계속 가속하는’ 상황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간접적으로 보여주려는 취지다.

왜 지금, 왜 ‘원리 영상’인가

급발진 논란이 터질 때마다 제조사는 “재현 불가·결함 없음” 결론을 내고, 운전자는 “분명히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맞서는 공방이 반복돼 왔다. 이 과정에서 제동 시스템과 페달 구조에 대한 일반 운전자의 이해 수준은 크게 향상되지 않았고, 그 공백을 각종 루머·카더라가 메워왔다. 현대차가 이번에 낸 영상은 단순 홍보물이 아니라, 브레이크 구조·배력장치·오버라이드 로직 등을 시각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차가 기본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를 직접 설명하겠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급발진이면 차 탓, 아니면 사람 탓” 프레임을 넘어서기 위해

제조사 입장에서는 모든 돌진 사고가 곧바로 ‘급발진’으로 호출되는 상황 자체가 리스크다. 반대로 운전자 입장에서는 순간 판단·페달 오조작을 인정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쉽지 않다. 브레이크 원리 공개는 최소한 “정상 설계의 시스템 안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대응”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향후 사고 조사에서 데이터·원리 기반 논의가 이루어질 토대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다. 결국 이번 영상은 ‘급발진 논란에 지쳐서’가 아니라,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기술과 원리를 투명하게 꺼내 놓겠다는 현대차식 답변으로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