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조금만 넣어도 끝까지” 연비만 26km 말 그대로 괴물 연비 ‘이 SUV’ 정체


테스트 트랙이 아닌 호주 실도로에서 세운 기록

이번 기록은 ‘최저 연료 소비량으로 시드니–멜버른 해안 도로를 주행한 양산 PHEV SUV’ 부문 기네스 월드 레코드로 인증됐다. 도전 차량은 29.8kWh 롱레인지 배터리를 탑재한 스타레이 EM‑i로,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 총 1,056km를 한 번 충전·주유 세팅으로 주행했다. 이 코스는 국립공원, 해안도로, 완만·급경사 구간, 고속도로, 도심 정체 구간이 뒤섞인 실제 도로로, 제조사가 “실험실이 아닌 현실 조건에서 효율을 증명하기 위해 선택했다”고 설명할 만큼 난도가 높은 루트다.

“100km당 3.83L = 26.1km/L” 숫자로 드러난 괴물 연비

기네스 심사단이 검증한 스타레이 EM‑i의 실제 소비 연료는 100km당 3.83L로, 이를 리터당 주행거리로 환산하면 약 26.1km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수치가 기존 인증 연비보다도 더 좋았다는 것이다. 지리는 EM‑i 롱레인지 사양의 공인 수치를 NEDC 4.4L/100km 안팎으로 제시해 왔는데, 실도로 조건에서 이를 10% 이상 밑도는 기록을 세우며 “카탈로그 연비가 과장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비결은 1.5L 엔진+29.8kWh 배터리 ‘EM‑i 슈퍼 하이브리드’

스타레이 EM‑i의 심장인 EM‑i 슈퍼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고효율 1.5리터 가솔린 엔진과 11‑in‑1 통합 전동 구동계, 그리고 29.8kWh 대용량 배터리를 결합한 구조다. 이 시스템은 주행 상황에 따라 순수 전기, 엔진 단독, 하이브리드 모드를 실시간으로 전환하며, 회생제동과 열관리까지 통합 제어해 손실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장거리 주행에서 흔히 나타나는 ‘배터리 방전 후 연비 악화’를 막기 위해, 배터리 잔량이 낮아진 뒤에도 엔진과 모터를 가장 효율적인 영역에서 동작시키도록 제어 로직을 설계한 것이 특징이라고 지리는 설명한다.

1년 만에 글로벌 11만 4천 대 판매, 하이브리드 강자로 부상

스타레이 EM‑i는 지리의 첫 글로벌 전략형 PHEV SUV로, 2025년 11월까지 전 세계 누적 판매 11만 4,185대를 기록했다. 지리는 이 모델을 유럽, 아시아, 남아공, 호주 등 주요 시장에 동시 전개하며 “전기차로 일괄 전환하기 전 과도기 시장을 겨냥한 핵심 차종”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2025년 9월 출시 이후 11월까지 939대가 등록될 정도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고, 말레이시아에서는 프로톤 eMas 7 PHEV라는 이름의 형제차로 공개되며 동남아 시장 확장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EV 올인” 속 다시 떠오르는 하이브리드의 전략적 가치

지리 자동차연구원 측은 이번 기네스 기록에 대해 “하나의 부품이 아니라 엔진 효율, 전동 구동계, 소프트웨어 에너지 관리, 공력 설계가 동시에 맞물려 나온 결과”라며, “하이브리드 기술이 여전히 진화 중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는 가운데, 스타레이 EM‑i의 기록은 “충전 인프라가 완벽하지 않은 시장에서는 여전히 고효율 PHEV가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리터당 26km가 넘는 ‘괴물 연비’ SUV의 등장은, 배터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사이에 어떤 기술 조합이 앞으로의 표준이 될지에 대한 논의를 한층 뜨겁게 달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