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PD, ‘정인이’ 얼굴 공개하고 시민단체에 고소당해 “5년 만에 무죄 선고, 동료들에게 힘 되길”


[TV리포트=이혜미 기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의 얼굴과 인적사항을 공개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그것이 알고 싶다’ 이동윤 PD가 헌법재판소의 기소유예 처분 취소 판결과 관련해 심경을 고백했다.

24일 이 PD는 자신의 소셜 계정에 “5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라며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이 PD는 “지난 2021년 1월, ‘정인이 사건을 주제로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연출했고, 방송 직후 많은 분들이 SNS 계정에 ‘정인아 미안해’라는 메시지를 공유하며 함께 공분해주셨다”면서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공식 사과, 수사 책임자에 대한 징계, 아동학대 처벌에 대한 특례법 개정, 가해자인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 사법, 입법, 행정 절차 역시 빠르게 이어졌으나 그로부터 9개월 뒤인 정인이의 첫 기일 무렵, 네이버 메인에 내 기사가 나왔다. 모 시민 단체에서 제작 방식을 문제 삼아 수사 기관에 나를 고소한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후 경찰에서 정식 소환 통보를 받고, ‘피의자’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선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죄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자 모 시민단체에서는 검찰에 ‘이의신청’을 했다. 수사기관에 다시 처벌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이 사건이 모두의 기억에서 잊힐 무렵인 2023년 봄, 검찰에서 회사로 통지서를 보냈다. ‘기소유예’라고 적혀 있었다. 불법을 저질렀지만 재판에는 넘기지 않겠다는 말이다. 나는 한 번도 검찰에서 연락을 받거나, 출석해서 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 통지서 하나가 전부였다. 무려 방송 2년 후의 일”이라고 토해냈다.

나아가 “해당 방송이 불법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검찰의 결정에 당연히 동의할 수 없었다. SBS 법무팀에서도 법률적 판단을 다시 받아보자고 했다.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할 방법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는 것뿐이라 법무팀에서 서류를 준비해 곧바로 헌법소원을 신청해줬다”며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난주 목요일, 헌법소원이 인용됐다. 쉽게 말하면,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이 잘못되었으니, 취소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 PD는 “방청석에서 재판관의 선고를 듣고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언론사 보도와 관련된 사건이, 헌법재판소까지 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SBS에서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하더라. 게다가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취소되는 일은 더욱 드문 경우”라며 “헌법재판관들은 이 건을 주요 결정으로 판단해 결정의 요지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사건에 따르는 사회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음 주가 되면 ‘정인이 사건’을 방송한 지 만 5년이 된다. 그동안 경찰, 검찰, 헌법재판소로 이어지는 사법적 절차를 겪으며 수만 번 혼자 고민했다. 그때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닐까. 이 직업은 선택한 나 자신을 수 없이 원망했다. 하지만 항상 결론은 같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내 개인 방송이 아니다. 함께 일하는 수많은 PD, 작가들과 매우 치열한 고민 끝에 제작한 방송이다. 그러니 다시 돌아가도 훌륭한 동료들과 끝없이 토론하고 함께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며 소신을 전했다.

이 PD는 또 “내 주변에 고소, 고발로 스트레스를 받는 PD, 작가, 기자들이 매우 많다. 극한 직업이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약자 편에 서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 많은 동료들에게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라고 적으며 글을 마쳤다.

앞서 이 PD는 지난 2021년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끔찍한 아동학대의 실태를 담은 ‘정인이 사건’을 다루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정인이의 사진과 영상이 공개한 데 대해 제작진은 “학대의 흔적이 유독 얼굴에 집중돼 있고, 아이의 표정에 그늘이 져가는 걸 말로만 전달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라고 설명했으나 같은 해 한 시민단체는 해당 방송이 피해 아동의 얼굴과 생년월일 등을 노출했다며 이 PD를 고발했고, 이에 서울서부지검은 2023년 6월 이 PD에게 아동학대처벌법상 보도금지의무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혜미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 ‘그것이 알고 싶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