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투병 끝 故 윤석화 별세…연극계, 연이어 진 큰 별 마지막 길 배웅


[TV리포트=강지호 기자] ‘신의 아그네스’, ‘명성황후’ 등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치며 ‘1세대 연극 스타’로 사랑받았던 배우 윤석화가 세상을 떠난 가운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노제가 열렸다. 향년 69세.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은 21일 오전 9시 50분께 대학로 옛 정미소 극장(현 대학로 한예극장) 마당에서 고(故) 윤석화 배우의 노제가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이날 노제는 고 윤석화 배우의 후배들과 공연계 인사가 모여 진행됐다.

대학로 옛 정미소 극장 마당은 고 윤석화가 지난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했던 극장 겸 갤러리이자 1999년부터 2013년까지 발행됐던 공연 전문 월간지 ‘객석’의 사무실로도 활용했던 공간인 만큼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장소가 됐다.

이날 노제에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에서 고인과 함께했던 배우 박정자, 고인의 마지막 무대였던 연극 ‘토카타’를 함께한 손숙, 연출가 손진책, 프로듀서 박명성,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 동료 예술인과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해 슬픔 속 고인을 배웅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고 윤석화가 이사장으로도 재직했던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의 길해연 이사장은 추도사를 통해 고인의 마지막을 애도했다. “무대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배우”라며 입을 연 길 이사장은 “고 윤석화 선생님은 1975년 데뷔한 후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무대를 삶의 중심에 두고 연극과 뮤지컬,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한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연출가·제작자로 한국 공연예술계에 깊은 발자취를 남기신 분이었다. 선생님께서 무대로 보여주신 삶에 대한 깊은 시선과 존재감은 수많은 관객에게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추모사를 전했다.

이어 길 이사장은 “우리는 무대에 대한 열정으로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연기 인생을 사셨던 한 명의 배우이자, 한 시대의 공연계를 이끈 위대한 예술가를 떠나보낸다. 그러나 윤석화 선생님이 남긴 무대와 질문, 그리고 예술과 사람을 향한 사랑은 한국 공연예술의 역사 속에서 오래도록 살아 숨 쉬며 후배 예술인들과 관객들의 길을 밝혀줄 것”이라며 고인을 애도했다.

추모사 이후에는 고 윤석화가 지난 2003년 제작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에 출연했던 최정원, 배해선, 박건형, 오상원 등 배우, 제작자, 교수, 스태프로 공연계의 힘이 되고 있는 후배 16명이 고인의 애창곡이던 정훈희의 ‘꽃밭에서’를 합창했다.

앞서 고(故) 윤석화는 19일 오전 9시 50분께 투병 중이던 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지는 용인공원 아너스톤이다.

고 윤석화는 지난 2023년 채널A ‘뉴스A-오픈 인터뷰’를 통해 뇌종양 투병 중인 근황을 전한 바 있다. 고인은 당시 병원 치료를 중단하고 “내가 늘 말하는 게 나는 암만 빼면 건강하다는 것이다. 나는 암과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왕 만났으니 친구로 지내되 떠날 땐 조용히 말없이 잘 갔으면 한다. 우리 어머니도 암이었는데 4개월을 선고받고도 20년이나 더 사셨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후배 배우인 이영애와 채시라를 비롯해 많은 후배들과 업계 동료·관계자들, 팬들의 추모 속에서 3년여 간에 투병 끝에 고 윤석화는 하늘의 별에 됐다. 불과 몇 주 사이 고 이순재와 함께 고 윤석화라는 두 큰 별을 떠나 보낸 연극계는 비통함 속 애도를 이어가고 있다. 

강지호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연극인복지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