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기차, 유럽 EV 시장 20% 먹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평균 판매가를 유럽·한국·일본 브랜드보다 30~40% 낮게 책정하면서,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BEV)는 EU EV 시장 점유율 20%를 넘겼고, 2025년 들어서는 중국 브랜드가 서유럽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한국 업체를 처음으로 앞질렀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EU가 최대 35.3%의 반덤핑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음에도, 현지에서는 “중국 EV 공세를 막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관세에도 안 꺾이는 ‘초저가+현지 공장’ 전략
중국 업체들은 관세 압박에 맞서 두 가지 전략을 병행 중이다. 첫째, 순수 전기차에는 고율 관세가 붙는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기본 관세만 내는 점을 활용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비중을 높이며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헝가리 세게드 BYD 공장처럼 유럽 내 생산기지를 건설해, 2026년 이후 연 30만 대 수준의 현지 생산을 목표로 관세 부담을 회피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이런 전략 덕분에 중국차는 “싸고, 생각보다 품질도 나쁘지 않다”는 인식을 앞세워 전기차 수요의 상당 부분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EU, 2035년 내연기관 전면 금지 ‘재검토’
이 같은 구조 변화 속에서 EU의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규정도 수정 논의에 들어갔다. 애초 규정은 2035년 이후 CO₂ 배출량 0인 차량만 신규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사실상 배터리 전기차 중심 전환을 전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독일 등의 요구로 2035년 이후에도 합성연료(e-fuel)만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에 예외를 두는 방향의 합의가 이뤄졌고, 최근에는 회원국·업계 반발을 반영한 제도 재검토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내연기관 완전 퇴출이 아닌 “전기차+e-연료+하이브리드 공존” 구도로 조정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유럽 토종 브랜드·중국차 사이에 낀 현대차·기아
현대차·기아는 유럽을 핵심 전기차 수출 시장으로 삼아왔지만, 2024년 이후 유럽 EV 판매에서 성장 둔화와 점유율 하락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한 채 규제 완화 시 빠르게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고, 중국 업체들은 저가 EV로 가격 하한선을 무너뜨리는 중이다. 이 사이에서 현대차·기아는 아이오닉·EV 시리즈 등 전용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라, “더 싸게 팔 여지가 크지 않은데 중국차는 더 싸게 들어온다”는 위기 인식이 커지고 있다.

중국차 공세가 바꾸는 글로벌 전략 지도
중국 전기차의 유럽 공세는 단순한 지역 가격 경쟁을 넘어, 글로벌 전략 판 자체를 흔들고 있다. 연구기관들은 중국 제조사들이 배터리 효율·통합 전력계통·수직계열화 등에서 서방 업체보다 5년가량 앞서 있으며, 이 덕분에 낮은 가격에도 일정 수준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유럽·한국·일본 업체들은 인건비·부품·규제 비용 구조상 비슷한 가격대로 내려가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구조라, “가격으로는 중국을 못 이긴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고부가가치·브랜드·기술 차별화로 방향을 틀고 있다.

‘전기차 올인’에서 ‘멀티 파워트레인’으로
결국 유럽의 정책 수정과 중국의 저가 공세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 하여금 “EV 단일 노선”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합성연료·수소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조합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게 만들고 있다. 현대차·기아 역시 유럽에서 전기차 전용 모델과 함께 하이브리드 SUV·PHEV, 향후 e-연료 대응 내연기관 차량까지 엮는 복합 포트폴리인을 통해, 가격 경쟁은 중국에 맡기고 기술·브랜드·신뢰도를 무기로 버티는 전략이 요구되는 국면이다. 중국이 ‘압도적인 가격’으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지금, “더 싸게 파는 전략”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이 유럽 자동차 시장 전체에 분명한 메시지로 던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