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 이동·출퇴근에 쓰인 민간 구급차
보건복지부 전수 점검 결과, 일부 민간 이송업체는 구급차를 연예인 행사장 이동, 회사 직원 출퇴근, 일반 이동 등에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구급차는 법적으로 ‘긴급자동차’에 포함돼 우선 통행, 일부 교통법규 특례, 사고 시 형 감면 등 혜택을 받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신호·정체를 피해 다니는 편법이 가능했던 것이다. 복지부는 “목적 외 사용이 반복되면 구급차 전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전수 조사에서 드러난 규정 위반 94건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2025년 7~9월 전국 147개 민간 이송업체를 대상으로 운행기록과 서류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80개 업체가 운행기록 누락·서류 미비 등 관리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고, 전체 94건의 규정 위반이 적발됐다. 특히 11개 업체는 구급차로 직원 출퇴근을 시키거나, 기본요금을 중복 부과해 환자·보호자에게 비용을 과다 청구한 사례도 드러났다.

‘긴급자동차’ 특혜가 만든 그늘
현행 도로교통법상 구급차는 소방차·경찰차와 함께 긴급자동차로 분류돼, 긴급 출동 시 일부 신호위반·속도위반이 허용되고 적발되더라도 긴급 용도 입증 시 처벌이 면제될 수 있다. 이 제도는 본래 생명 구조를 위한 것이지만, 일부 업체·운전자가 이를 악용해 본래 목적과 무관한 운행에까지 긴급차량 특혜를 적용받으려 한 것이다. 복지부는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이렌을 켜고 교통법규를 어기는 관행이 이어지면, 정작 진짜 응급상황일 때도 시민들이 구급차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를 밝혔다.

“종이 서류”에서 GPS 상시 모니터링으로
정부는 관리 체계를 서류 중심에서 실시간 전자 관리로 전환하기로 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전국 구급차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GPS로 상시 수집하고, 운행 목적·시간·경로를 분석해 목적 외 사용이나 비정상 패턴이 발견되면 즉시 지자체·경찰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특정 시간대에 반복되는 출퇴근 운행, 연예인 행사장·촬영장 이동처럼 응급과 무관한 이용을 조기에 적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요금 체계 손보고, 건강보험 지원도 검토
10여 년간 동결돼 온 이송료 체계도 손본다. 기본·추가 요금을 현실화하고, 야간·휴일 할증과 대기요금을 도입해 “정상적인 의료 이송 서비스에는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되, 꼼수 청구는 막겠다”는 방침이다. 중증 환자를 상급병원으로 옮길 때 드는 이송비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지원 확대도 검토하고 있어, 응급·중증 이송을 주업으로 하는 업체에는 숨통이 트이고 ‘알바성 꼼수 운행’의 유인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지자체와 합동 단속, 인증제 도입 추진
복지부는 중대한 위반이 확인된 업체에 대해 지자체가 업무정지·형사 고발 등 강력한 행정 처분을 내리도록 하고, 경찰과 합동 단속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장비·인력·운영 기준을 충족한 업체에 ‘민간 이송업체 인증제’를 도입해, 환자와 보호자가 믿고 선택할 수 있는 구급 이송 서비스를 육성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연예인 이동·출퇴근용 ‘편법 긴급차’가 아닌, 본래 취지에 맞는 생명 이송 수단으로 되돌리기 위한 정비가 이제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