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지호 기자] 태어난 지 28년 된 넷플릭스가 102년 전통의 워너브라더스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거대 미디어 공룡’의 탄생 예고는 엔터 업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미국작가조합(WGA), 트럼프 정부 등 연예, 정치 등 다방면에서 이번 인수 거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가장 주목할 점은 DVD 대여 서비스에서 출범했던 넷플릭스가 이제는 할리우드의 거대 제작 주체로 존재해 온 워너브라더스를 먹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기업이 됐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시작에는 바로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넷플릭스에 OTT 업계의 왕좌를 안겨준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가 있었다.
‘기묘한 이야기’는 지난달 전 세계가 기다렸던 시즌 5 볼륨1 공개와 함께 다시 한번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에게 왕관을 쥐여줬음에도 ‘기묘한 이야기’는 한국시장에서 1위 근처에도 가지 못하며 다시 한번 한국이라는 ‘통곡의 벽’을 만났다.


▲ ‘기묘한 이야기’가 불러온 신드롬…미국식 레트로 스타일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는 지난 2016년 첫 시즌을 공개했다.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주 로앤 카운티에 위치한 마을 호킨스(Hawkins)를 배경으로 ‘뒤집힌 세계(The Upside Down)’라는 SF 설정이 이야기의 중심축이 된다.
공개 당시 SF 호러 미스터리의 특징을 잘 살린 긴장감, 배우들의 열연, 영상미와 OST까지 모두 화제가 되며 입소문을 탄 ‘기묘한 이야기’는 특히 미국의 레트로 스타일에 대한 향수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과거 미국에 대한 추억이 있거나, 서구 문화에서 자라온 경우 ‘기묘한 이야기’가 가진 레트로함은 더욱 플러스 요인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이 작품은 전 세계적인 레트로 열풍과도 맞물려 전설적인 인기를 누리는 시리즈가 됐다. 국내 팬들은 이를 향수를 자극했던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빗대어 표현하며 ‘기묘한 이야기’를 ‘미국판 응답하라’ 시리즈로 보면 된다는 언어유희까지 생겨났다.
이처럼 넷플릭스가 미국 현지에서 자리를 잡고 해외 시장을 접수하던 타이밍에 등장한 ‘기묘한 이야기’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신규 구독자 유입에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해냈고 넷플릭스는 OTT 왕좌에 앉았다.
2016년 나온 시즌 1에 이어, 2017년 시즌2, 2019년 나온 시즌3, 2022년 시즌 4까지 ‘기묘한 이야기’는 매 시즌 호평을 이끌어 내며 웰메이드 시리즈의 저력을 증명해 냈다.
특히 시즌 5 볼륨1의 공개를 앞두고 미국 전역은 ‘기묘한 이야기’로 가득 차며 그 엄청난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만들었다. 그 가운데도 눈에 띄는 특징은 이토록 대단한 ‘기묘한 이야기’가 한국에서는 또다시 외면받았다는 점이다.


▲ 한국 시장에서 외면받은 ‘기묘한 이야기’…다시 왕좌를 노릴 수 있을까
‘기묘한 이야기’는 또 다시 한국이라는 ‘통곡의 벽’ 앞에서 1위 자리를 놓쳤다.
볼륨1, 볼륨2, 피날레로 나뉘어 공개되는 시즌5의 경우 지난달 27일 첫 번째 장을 공개했다. 총 8화로 구성된 시즌5의 4회분이 공개됐으며 공개 나흘 만에 한국을 제외한 넷플릭스 서비스국 93개국 중 92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심지어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도 한국은 이례적인 차트 아웃 현상까지 보여주며 ‘기묘한 이야기’의 흥행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기묘한 이야기’와 함께 넷플릭스의 대표 TOP3 콘텐츠로 꼽히는 ‘웬즈데이’ 시리즈 공개 당시에도 동일했다. 올여름 시즌2 공개를 앞두고 팀 버튼 감독, 주연 배우 제나 오르테가 등이 직접 한국을 찾아 홍보에 힘썼지만 결국 ‘웬즈데이’ 시즌2는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1위 달성에 실패했다.
현재까지 넷플릭스 역사상 서비스 중인 모든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한 시리즈는 ‘오징어 게임’이 유일하다. 이에 대해 지배적인 의견은 타 국가보다 한국이 넷플릭스 내에서도 자국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한국 넷플릭스 순위권은 K-콘텐츠가 꽉 잡고 있다.
12월 첫째 주 넷플릭스 시청 순위 집계 기록(투둠 기준)을 보면 시리즈 기준 10위에 오른 ‘기묘한 이야기 5’를 제외하면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해외 작품은 없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작품임에도 결국 1위를 탈환하지 못한 ‘기묘한 이야기5’는 아직 두 번의 공개일을 더 남겨놓고 있다. 볼륨2는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마지막 화인 피날레는 내년 1월 1일 화려한 마지막을 예고한 가운데 ‘기묘한 이야기’가 한국 시장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또는 아쉬움 속 막을 내리게 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넷플릭스의 근본’이라 불리며 10년여간 달려온 ‘기묘한 이야기’는 이제 그 마지막 시즌의 종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강지호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