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정, 6개월간 말 잃게 만든 ‘기만극’의 전말

막장 드라마에서도 “설정이 과하다”는 지적을 받을 법한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졌다. 개성파 배우 황석정이 과거 연인에게 당했던 충격적인 기만과 그로 인한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고백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충격을 안겼다. 단순한 연애 실패가 아닌, 통제와 배신, 그리고 심리적 붕괴로 이어진 한 개인의 생존기였다.
지난 10월 13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서 황석정은 20대 시절 겪었던 연애사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녀의 첫사랑은 무술 사범이었지만, 관계는 시작부터 불안정했다. 황석정은 “연극을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며 “내가 무대에 서는 것 자체를 통제하려 했다”고 회상했다.

통제는 곧 폭력으로 번졌다. 황석정은 “공연 중 무대에 올라와 나를 끌어내린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명백한 데이트 폭력이었지만, 당시 그는 이를 사랑의 문제로 오인한 채 관계를 지속했다고 털어놨다. 그 선택은 더 큰 상처로 이어졌다.
결정적인 사건은 이른바 ‘결혼식 기만’이었다. 남자친구는 어느 날 “친구 결혼식에 다녀오겠다”며 양복을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그러나 그가 향한 곳은 친구의 결혼식이 아닌, 자신의 결혼식장이었다. 황석정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그 사람이 나와 교제하는 동시에, 내가 가장 아끼던 후배와도 관계를 맺고 있었다”며 “두 사람에게 동시에 배신당했다”고 말했다. 연인과 후배라는 이중의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진 순간이었다.
극심한 정신적 충격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났다. 황석정은 “사람이 너무 무서워졌고, 6개월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강한 외상 후 스트레스가 유발한 심인성 실어증으로 볼 수 있는 상태다. 뇌 손상이 없음에도 심리적 충격으로 언어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증상으로, 배우에게는 치명적인 고통이었다.

이후 만난 또 다른 연애 역시 상처로 끝났다. 황석정은 “다른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그놈이 그놈’이었다”며 “내 청춘이 너무 아까웠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무너진 채로 머물지 않았다. 침묵의 시간을 견뎌낸 황석정은 다시 무대와 카메라 앞에 섰고,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고백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닌, 관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과 기만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상흔을 남기는지에 대한 경고이자, 끝내 자신을 회복해낸 한 배우의 생존 선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