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챗GPT에게 물어보며 캐릭터 만들어…새로운 한명회 보여줄 것” [종합]


[TV리포트=강해인 기자] 배우 유지태가 한명회 역을 만들 때 챗GPT의 도움을 받았다며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19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장항준 감독과 배우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다.

장항준 감독은 “이 작품은 강원도 영월의 작은 촌락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한양에서 귀향 오는 사람을 기대반 설렘으로 기다리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단종과 엄흥도의 우정을 담았다”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장항준 감독의 첫 사극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장항준 감독은 “제안을 받았을 때 영화계 사정이 좋지 않았고, 사극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망설였다. 그런데 단종을 다뤄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작품과 만났던 순간을 돌아봤다.

그리고 “집에 이야기했더니 하라고 했다. (아내의) 명이 내려왔다. 그분의 촉이 좋다. 저는 점 집에 안 간다. 잘 나가는 사람 말을 듣게 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봉오동 전투'(2019), ‘올빼미'(2022) 등 사극에서 역사책을 찢고 나온 듯한 캐릭터를 만들어 왔던 유해진은 “역사에는 단종이 유배 가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안 나온다. 그런 면을 그렸고, 사람 이야기가 있어 좋았다”라고 ‘왕과 사는 남자’의 매력을 어필했다.

장항준 감독은 “엄흥도 역을 고민할 때 저와 제작자분들 모두 한 명(유해진) 밖에 안 떠올랐다. 유해진은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내추럴한 연기를 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이 두 가지를 다 갖고 있는 배우여야 했고, 유해진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배우였다”라고 말했다.

17세 왕 단종을 연기한 박지훈은 “대본을 보면서 순수하게 접근하고자 노력했다. 어렸던 왕의 공허함과 무기력함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라고 캐릭터를 구축했던 과정을 설명했다.

이전까지 박지훈을 잘 몰랐다는 장항준 감독은 “‘약한영웅 Class’를 봤더니 바로 단종이라 생각했다. 이 영화에서 단종은 나약하지만은 않은 인물이다. 박지훈 같은 눈빛을 가진 배우가 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박지훈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왕과 사는 남자’는 한명회라는 인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했고, 이 역을 맡은 유지태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캐릭터를 완성했다. 유지태는 “감독님, 제작진분들을 만났을 때 다른 느낌의 한명회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시나리오에서 굵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 단번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알려진 한명회는 수양대군 옆에서 교묘한 책략가 역할이었고, 비주얼적으로 나약해 보이기도 했다. 이번 한명회는 풍채도 크고, 멋있다. 여성에게도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라고 이번 캐릭터의 특징을 설명했다.

유지태는 “한명회를 챗GPT에게 물어봤는데 수양대군 뒤에 건장한 모습으로 나왔다. 제가 이 인물을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캐릭터를 만들어 간 독특한 과정도 소개했다.

장항준 감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한명회는 후대에 간신이자 역적으로 규정지어진 그를 상상해서 만든 인물이다. 건장하고 무예가 출중했다는 기록이 있었고, 한명회는 조선 개국 공신의 후손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 착안해 기골이 장대하고 신념이 있는 인물일 거라 생각하고 그렸다”라고 한명회를 만들어간 과정을 회상했다.

평소 유머러스하고 배려심 많은 모습을 보여왔던 장항준 감독답게 이번 현장도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전미도는 “감독님은 배우의 작은 디테일에 칭찬을 잘해주신다. 그렇게 긴장한 배우에게 여유를 만들어 주신다. 감독님 덕분에 현장 분이기가 너무 좋았다. 모두가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셨다’라고 장항준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유지태 역시 “평소 장항준 감독을 사모하고 있었다. 한국 영화의 산 증인이시라 이번 작업이 너무 기대가 됐다. 함께할 수 있어 기쁘고 결과까지 좋길 바란다”라고 행복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듣던 장항준 감독은 “제가 논 게 아니다. 일을 했다”라고 재치 있게 말하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왕과 사는 남자’는 내년 2월 4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강해인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오민아 기자